[마곡로] 좌충우돌 여행기

차석록 승인 2023.12.24 09:10 의견 0
마곡로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여행은 무작정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계획을 짠다. 그러나 여행의 묘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데 있다.

얼마전 우리 가족의 해외여행이 그랬다. 홍콩 공항에 도착해 수하물 벨트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가방 하나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우리 가방과 디자인이 똑같은, 그런데 크기는 다른 가방이 주인을 기다리며 빙빙 돌고 있었다. 우려한대로 가방의 주인이 잘못 가져갔다.

맛있는 저녁을 먹기위해 서둘러 마카오에서 배를 타고 홍콩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중간 지점에서 배가 좀 이상했다. 갑자기 멈춰서더니, 노를 젓는 수준으로 서행을 하기 시작했다. 1시간이면 올 거리가 3시간 넘게 걸렸다.

맛있는 저녁은 늦은 도착으로 물건너 가고, 그나마 문을 연 저렴한 일식당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웠다. 아뿔사, 계산을 하려고 준비했던 카드가 아무리 찾아도 없다.

돌아오는날, 기사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예약을 한 항공사가 최근 잦은 지연출발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설마?, 그런데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20분 정도 늦게 탄 그 항공사 비행기는 좀처럼 갈 생각을 하지 않더니, 기체 결함으로 모두 내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정말 '오마이 갓' 이다.

4시간 가까이 지연 출발한 항공기는 다행스럽게(?) 별탈 없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나마 마음이 놓인 순간이다.

가족들은 집에와 밤 12시가 다된 시간에 라면으로 늦은 저녁을 때웠다. 난 김치와 밥을 먹었다. 꿀맛이다.

이번 여행은 아이들의 계획에 모든 것을 맡겼다. 말그대로 자유여행. 아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번 여행에서 자식 키운 보람을 느낀다.

여행은 다녀오면 뭔가를 남긴다. 딸은 사회인이 된지 몇년됐지만, 아직은 배워야할 나이다. 아들은 내년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여행처럼,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다리고 새로운 일정을 찾다보면 여행의 묘미를 알게되듯, 인생의 묘미도 찾는다.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