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좌석 앞 모니터에서 튀르기예 이스탄불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4일간의 유럽여행을 끝내는 마지막 날까지도 지진과 연착으로 마음 고생을 시켰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유럽여행 24일 차, 2023년 2월 7일.
오후 8시 30분쯤 로마를 떠나 두 시간 남짓 비행을 한 후 이스탄불 공항에 왔는데, 착륙을 하지 않고 주변을 돌고 있다. 랜딩까지 한 것 같은데, 왜 착륙하지 않는지 조금 걱정이 됐다.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로마에서 비행기가 지연돼서 2시간 정도 여유밖에 없어서 더 걱정이 됐다. 다행히 잠시 후에 공항이 잘 착륙했다.
오전 2시 20분에 이스탄불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승객들 사이로 빠르게 지나갔다.
전광판에 우리가 탈 비행기 탑승구를 찾는데, 4시간 지연이 돼 오전 6시 15분에 출발한다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늦을까 걱정했는데, 새벽에 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같은 비행기를 타려는 한국인들도 보였는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해서 주변에 쉴 곳을찾아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TV에서 지진으로 튀르키예 사람 2379명과 시리아 1444명이 사명했다는 특보가 방송되고 있었다.
한국대사관에서는 튀르키예 주변 지역을 테러 위험지역으로 정하고 여행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왔다. 4시간 지연이 된 게 지진 때문인 것 같았다.
상황을 알아보려고 터키항공 데스크로 가서 물어봤다. “지연되는 건 맞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 날씨 때문인 거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식사쿠폰을 주겠다. 배고플 때 식사로 교환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하얀 종이에 뭔가를 적으면서 4장을 줬다.
쿠폰을 받고 자리에 와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해 주고, 터키항공 데스크에 가서 쿠폰을 받아오라고 했다.
기내식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쿠폰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곧 마감 한다는 것을 알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세트 4개를 교환해서 왔다.
튀르키예 이스탄불공항 대합실의 TV에서 튀르키예 지진 특보를 방송하고 있다.[사진=배태훈]
새벽 시간이라 모두 지친 상태에서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지진 특보를 보고 있었다.
지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피해가 얼마 정도 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소방복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언제 비행기가 출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들 환승센터 소파에서 반쯤 누운 채 기다리면서 아내랑 이런 여행을 처음이라며 이야기를 했다. 빨리 귀국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우리 집이 그리웠다. 귀국할 때 여행을 결정하고 계획할 때의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과는 다른 설렘이 있다.
설렘 없이 편안하기만 한 삶도 지루하겠지만, 일 년 삼백육십오일 언제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사는 것도 피곤한 일인 것 같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새벽 5시쯤 탑승 게이트 표시가 뜨자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에 함께 노숙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보라에 뒤덮인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 이스탄불의 도심에서 서북쪽으로 약 35 km 떨어진 아르나부코이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배태훈]
그렇게 게이트에 왔는데,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항이 눈으로 덮였다. 6시 15분 출발인데, 다시 30분 지연됐다.
기약 없이 계속 기다리다가 마침내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탑승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이륙하지 않는다.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기다렸다.
24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튀르키예 항공기.[사진=배태훈]
그리고 정말 어렵게 비행기가 이륙했다. 10시간 동안 비행한 후에 우리가 고대하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4일의 여행일정보다도 더 길게 느껴진 귀국길이 드디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