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마음을 느끼고 나누는 깊은 과정을 의미한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공감(共感)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마음을 느끼고 나누는 깊은 과정을 의미합니다.

사전적으로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을 뜻하지만, 실제로 공감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며 공 감하고 있는 걸까요? 때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막연히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공감한다” 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공감일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공감이라는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그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공 감은 단순히 말로 표현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힘들었겠다”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에 반응하며, 때로는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모든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1993년, 대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한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풍요로웠던 가정이 아버지의 회사 부도로 인해 단칸방으로 몰락한 뒤 겪은 고난의 시간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는 제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았던 저로서는 그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말을 들으며 나름대로 그의 상황을 그려보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지만, 동시에 저에게는 낯선 세계였습니다. 저는 그의 고통을 이해 하려 노력했고, 그의 감정을 상상하며 “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느꼈던 것은 진정한 공감이라기보다는 단순한 감정이입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저는 그를 동정하고 연민했지만, 그의 고통을 제 것으로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공감의 본질을 잘 몰랐습니다. 공감은 단순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저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잘못되 어 어음부도가 났고, 우리 가족은 순식간에 경제적 위기에 처했습니다.

빚쟁이들의 끊임없는 방문과 전화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았고, 아버지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병원에 입원하셨 습니다. 가족 모두가 정신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그 시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단순히 돈이 부족한 문제 를 넘어, 가족 간의 관계와 개인의 자존감까지 무너뜨리는 거대한 파도와 같았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압박감 속에서 저는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을 느꼈고, 그 고통은 단순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1년 전 후배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아, 그때 그 후배가 느꼈던 감정이 이런 것이었구나.’ 그제야 저는 그가 겪었던 고통과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후배의 감정 을 공감한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겪지 않았던 고난의 무게와 내가 직접 경험한 고난의 무게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으니까요.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공감은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무게를 이 해하기 위해서는 깊은 이해와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암 환자가 가장 큰 위로를 받는 사람이 또 다른 암 환자인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직접 겪은 삶이 아니고서는 그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감은 그 무게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감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공감의 첫걸음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데서 시작됩니다. 그들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조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경청의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 도가 공감의 시작입니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말 속에 담긴 감정과 메시 지를 이해하려는 능동적인 과정입니다. 둘째,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거나 다양한 문화적경험 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문학 작품이나 영화는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타인 에 대한 이해도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은 타인의 감정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공감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감은 인간관계를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 니다. 공감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감은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함께 느끼고 나누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불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감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감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태도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공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공감의 진정한 가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