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에 “로마에서는 로마인처럼 하라“는 말은 에티켓의 상식처럼 되었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국내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 에티켓(etiquette)은 중요하다.

예의에 어긋나면 감정적으로 충돌하게 되고 이후에는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만나주지 않는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중요한 문제를 갖고 교섭하는 과정이 만나서 친근한 분위기 속에 이루어질 경우와 오직 문서로만 진행될 경우를 상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빠르고 신속하게 대답을 얻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만나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게 된다.

만약 전화만으로 모든 협조가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된다면 업무는더욱 성공적이다.

유교적 전통사회에서는 예의범절이 윗사람을 공경하는 관습적 생활방식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국 특히 의전문화가 발달한 서구 사회에서는 에티켓이나 예절을 어기면 사회생활에서 소외될 수도 있는 규범처럼 되어있다.

더욱이 프로토콜(Protocol)로 불리는 외교상의 의전은 준수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외교는 ‘내용(Substance)’과 ‘의전(Protocol)’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외교행사에서 의전은 실질적인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모든 국가의 외교부에서 의전장(Chief of Protocol)의 위치는 높은 편이다.

모든 의전행사는 정확하고 격식에 맞춰 진행된다.

그러나 상대방을 존중하고 편안하게 진행하는 것이 최상의 의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공식행사 외에 식사나 관광같이 비공식적 접대에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예법을 적용하기보다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진심이 담기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하게 진행되지만 진심이 없는 의전이나 에티켓 보다는 비록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진심이 있는 의전과 에티켓이 나을 수 있다.

21세기 국제화 시대에도 나라마다 다른 예의나 사회관습은 존재한다.

“로마에서는 로마인처럼 하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말은 여기에 적응하라는 지혜를 알려준다. 이와 동시에 언젠가 돌아갈 고국을 잊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고대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타락하고 악한 도시국가였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그곳 왕은 ”당신의 눈에 악으로 보이는 것이 우리에게는 선이고 우리에게 악인 것이 당신에게는 선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만일 현지에서 그 말만을 전적으로 믿고 살다가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간다면 큰일이 생길 것이다.

이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현지법과 관습을 따르더라도 한국인으로서의 예의범절 역시 잊지 않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