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을 갖춘 에티켓에 비해 매너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예절이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보통은 에티켓(etiquette)과 매너(manners)를 분명하게 구분해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에티켓의 기본개념은 친절 또는 따뜻한 마음, 공명정대한 정신,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에티켓은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특히 공적인 관계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의 합리적인 행동기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매너란 이러한 에티켓을 바탕으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습관이나 몸가짐이라고 설명한다.

영화에 나오는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Manners maketh man)”라는 대사가 유행하기도 했다.

영화는 에티켓과 매너, 그리고 프로토콜로 불리는 의전을 중요시하는 영국의 전통을 흥미있게 표현했다.

실제로 영국의 의전행사는 엄숙하고 규범적이다. 대사가 부임하면 신임장을 제정하기 위해 왕실 마차를 타고 왕궁으로 간다.

2022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는 장의차를 에워싸고 왕실 인사들이 수km 도로를 엄숙하게 행진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되었다.

장시간 근엄한 자세로 서 있던 근위병이 졸도하는 일도 있었다. 1999년 여왕이 방한했을 때 화제가 되었던 일 중 하나는 안동 전통마을에서 실내에 들어갈 때 구두를 벗고 들어간 일이다.

서구권에서 특히 왕족의 경우에 공개적으로 구두 없는 발을 보이는 것은 거의 없다.

이것은 오히려 한국의 전통에 따라준 것이기에 파격적이면서도 호감을 주었다.

이와는 달리 중동의 아랍국가에서는 국왕 행사에서도 맨발에 샌들 차림이 일반적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맨발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때로는 양말을 신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손과 발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자연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양과 서양 그리고 중동에는 각각 다른 예절이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무대로 한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은 에티켓의 개념을 알려준다.

근대 독일의 카알 황태자가 신분을 감추고 유학 생활을 하는 중에 평민인 식당 주인의 조카딸 캐시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성악을 잘하는 황태자는 평민 학생들과 친해져 귀족 학생들의 노래동아리 대신 평민 학생의 노래동아리 회원이 된다.

영화 속에 캐시는 황태자에게 “귀족들은 매너가 없어요, 에티켓은 있지만 매너는 없지요.”라고 말한다.

형식적인 에티켓 보다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예절을 말했다. 영화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청춘 남녀의 청순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되는 것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