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좌석 거리와 친밀한 대화 분위기는 회의 성과를 높인다.G7 회의 테이블에 세계 정상들이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미국 백악관 공식 트위터]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외교업무도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평탄하게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거나 긴장되는 순간들이 있다. 회의 분위기가 서먹하고 굳어지면 상대방뿐만 아니라 우리 측의 직원들도 경직되고 우호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도 어렵게 된다.
오래전 퇴직한 원로 대사 한 분은 짧은 이야기로 좌중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곤 했다.
“눈 밝은 몽골 가족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몽골은 광활한 초원으로 이루어진 나라답게 국민들이 시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어느 몽골 아버지가 멀리 외지로 출장을 나갔고 가족들은 돌아올 날을 기다렸다. 며칠 후에 문밖에 나갔던 아들이 “저기 아빠 오신다”라고 했다. 그리고 사흘 후에 아버지가 도착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썰렁한 아재 개그 같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업무로 긴장된 때에는 간단한 유머나 조크로 여유를 줄 수 있다.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근엄하게 말없이 있는 것보다 직원들을 배려하려는 상사의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호랑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어느 국가에는 밀림 숲속에 호랑이가 많았다.
어느 날 사냥꾼이 산에 갔다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와 마주쳤고 사람도 호랑이도 모두 놀라서 급히 뒤로 돌아 도망쳤다.
사냥꾼은 집에 돌아와 짧은 거리에서 사격하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사냥꾼이 다시 산으로 갔더니 호랑이가 뛰는 발소리가 계속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호랑이가 짧은 거리에서 점프하는 연습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웃기려는 사람은 그 자신이 먼저 웃으면 안 된다는 말대로 그분은 조크를 하면서도 담담하게 평상심을 유지했지만 좌중의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이후에는 손님들을 위한 만찬 요리로 불꽃에 휩싸인 신선로를 받쳐 든 세프들이 줄지어 나온다. 그리고 성의껏 음식을 배식하면 좋은 분위기 속에 대화가 활기를 띄고 서로의 공감대도 넓어지는 자리가 되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유머 감각은 필요하다. 친밀해지면 농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나 지나치면 안 된다는 말처럼 정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어떤 종류의 유머나 조크는 국가별로 또는 문화적 차이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윤리적으로 엄격한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더욱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좋은 의도라도 적정한 장소에서 적당한 수준으로 사용할 때 비로소 효과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