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유산, 여전히 한국 사회를 움직인다”

 타계한 지 5년이 흐른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KH 유산(Kun-Hee Legacy)’은 단순한 기업 경영의 성과를 넘어, 한국 사회의 문화·의료 영역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사회공헌의 상징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은 오는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 가족 선영에서 이건희 회장의 5주기 추도식을 갖는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과 전·현직 삼성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린다.

추도식 이후 이재용 회장과 사장단은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고인의 뜻을 되새길 예정이다.

▶ “인류 문화와 생명을 위한 투자” — 이건희 유산의 사회적 확산

이건희 회장이 남긴 ‘KH 유산(Kun-Hee Legacy)’은 단순한 기업 경영의 성과를 넘어, 한국 사회의 문화·의료 영역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사회공헌의 상징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유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2021년 미술품 기증과 의료기부 등 약 1조 원 규모의 사회 환원을 단행했다.

특히 2만3,000여 점에 달하는 미술품과 문화재 기증은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 “이건희 컬렉션”, 국민이 향유하는 문화의 자산으로

고인이 생전에 수집한 미술품은 국보 14건, 보물 46건을 포함한 고미술품 2만1,600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근현대 미술품 1,600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등 한국 미술사의 정수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개최, 3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며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로 기록됐다.

2022년에는 이 전시 효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5대 관람객 방문 박물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문화계는 “이건희 컬렉션은 단순한 기증이 아니라, 국민이 문화적 자긍심을 공유하는 계기를 만든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오는 11월부터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아시아미술관을 시작으로 시카고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이 열릴 예정이다.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거장들의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새롭게 조명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미래 세대를 위한 생명 기부” — 소아암·감염병 극복에 1조 원

이건희 회장의 유지는 의료 분야에서도 빛을 발했다.

유족은 “어린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소아암·희귀질환 치료에 3,000억 원,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 원 등 총 1조 원을 기부했다.

소아암·희귀질환 기부금은 서울대어린이병원 등 전국 160여 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을 출범시키는 계기가 됐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진행되는 이 사업은 현재까지 2만2,000여 명의 환아가 지원을 받았으며, 치료법 연구와 임상 데이터 구축 등 의료 생태계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한편 감염병 대응 기부금 7,000억 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5,000억 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연구시설 확충(2,000억 원)에 사용되고 있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감염병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 “기부의 문화로 이어지다” — 선순환의 출발점

이건희 회장 유족의 사회 환원은 한국 사회 전반의 기부 문화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방탄소년단(BTS) 정국(10억 원), 가수 이승기(20억 원), 진단키트 기업 코젠바이오텍 등 다양한 개인과 기업들이 잇따라 소아암 환아 지원에 동참했다.

‘KH 유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 “문화가 곧 국가 경쟁력” — 이건희 철학의 현재적 의미

이건희 회장은 생전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철학은 리움미술관 개관사(2004년)에서도 드러난다.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는 발언은 지금도 회자된다.

그의 말처럼, 5년이 지난 지금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미술과 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고, 의료기부는 생명을 살리는 현실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

▶ “이건희의 유산은 현재진행형”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선 ‘시스템적 나눔’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의 철학은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문화예술 후원, 인재육성 프로그램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쉰다. 문화와 생명, 그리고 미래. 5년이 지난 지금, 이건희의 유산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