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편집위원] 대덕연구단지는 단순한 연구 허브가 아니다. ETRI‧KAIST의 기후 기술 실험실이자, 스타트업의 ESG 기술 발상지, 지자체의 데이터 통제 실험 공간이다. 과학이 지속가능성의 현장으로 전환되는 도시, 그 중심에 대전이 있다.
▶대전, 과학기술로 지속가능 도시 구현
대전은 ‘과학 도시’라는 정체성 아래 수많은 연구소와 대학이 밀집해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과학 인프라가 단순 연구를 넘어서 ESG 혁신의 연구실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효율화, 스마트 인프라, 데이터 기반 정책 실험 등에서 대전은 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
‘대전이 과학이 ESG를 견인하는 도시’라는 비전은 더 이상 허황한 상상만은 아니다.
대전시는 2040 도시기본계획 등 장기 계획에서 ‘스마트·녹색 도시’ 전환을 명시해 뒀다. 이 계획에 따라 ‘연구소-스타트업-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실험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TRI: ICT와 기후테크 융합 실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CT 기술과 기후기술을 결합하는 미래기술 전략을 추진해 왔다.
예컨대, ETRI의 전략 보고서에는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의 상관관계를 다룬 분석이 포함돼 있다.
또한, ETRI는 미래 ICT 기술 전략 문건에서 디지털 기후테크를 주요 분야로 선정하고, 변화 동인과 기술 동향을 분석한 바 있다.
다만, ETRI가 대전에서 특정 ESG 실험 프로젝트를 공개 한 사례는 현재까지 보도된 바는 많지 않다. 대신 ETRI는 제주지역에 AI 기반 기후테크 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지역별 기후기술 실험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면, ETRI-제주 AX융합연구실은 향후 3년간 정부·지자체 공동으로 AI 기반 기후테크, 초저전력 AI 반도체 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며, 기후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인프라와 인력 양성을 꾀한다.
이 같은 전략은 ETRI 본원의 기술 역량이 지역 ESG 실험에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KAIST: 스마트시티·ESG 교육 플랫폼
KAIST는 단순 이공계 대학을 넘어 ESG 교육과 스마트시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KAIST 내 스마트시티 연구센터는 도시 인프라, 에너지 관리, 데이터 분석, 시민참여 등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또한, KAIST는 ESG 최고경영자 과정(KEEP)을 운영해, 경영·정책·기술 융합 교육을 통해 ESG 리더 양성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KAIST는 ESG를 기술 교육과 연구 역량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으며, 이론과 실천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KAIST는 모빌리티 연구소 성과 시연회를 통해 기술 연구 결과의 산업 현장 확산 가능성을 공개한 바 있다.
이러한 시연회는 ESG 연계 기술, 특히 친환경 모빌리티와 스마트 인프라 적용 방안을 보여 준다.
▶스타트업의 ESG 기술 실험대
대전은 연구소와 대학 인프라가 많아, ESG·AI 기반 스타트업이 비교적 접근 가능하다. 실제로 KAIST 기술가치 창출원 등 기관은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과 사업화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대체로 기후센서, 에너지 최적화 알고리즘, 스마트 빌딩 제어, 재생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등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모색 중이다.
다만, ESG 기반 기술 개발은 활발한 상태지만, 그 영향력이나 실증 실적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지자체의 과학 기반 ESG 실험: 스마트시티와 데이터 거버넌스
대전시는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스마트시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KAIST 스마트시티센터와 대전시는 도시 데이터 최적화, 에너지 관리, 시민 체감 서비스와 연계한 도시 운영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프로그램은 KAIST가 자체적으로 ICT 와 도시공학을 융합해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를 갖는다.
대전의 2040 도시기본계획에 ‘연구시설 중심도시’ 구상을 바탕으로 스마트 계획, 연구 인프라 확장,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은 대전이 단순 행정 중심 도시가 아니라, 실험적 도시 운영 체계의 사례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전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체계 최적화, 에너지 사용 감축, 환경 관리 대응 등을 실험 하고 있다. 일부 조치는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예컨대, 기후테크 솔루션과 관련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환경부가 공동 주최한 클리노베이션 포럼이 기후 기술 주체 간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대전은 과학이 ESG를 견인하는 도시
대전은 단순히 연구소가 많은 도시가 아니다. 그 연구 역량을 지속가능한 미래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ETRI와 KAIST는 기후테크·스마트시티·ESG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하다. 스타트업은 그 기술의 현장화를 모색하고, 지자체는 도시 자체를 과학 실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개 실증 실적이 아직 제한적이다.
연구소와 스타트업 간 기술 이전, 상용화 연결성이 약하다. 도시 운영 실험이 일부 시범 단계에 머무르며, 대규모 적용으로 전환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전은 ESG와 과학을 결합한 실험 도시 모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과학이 지속가능성을 이끈다’는 표현은 이제 미래 예측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현실로 시험하는 도시 선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