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기업들이 이제 CSR 을 ‘사업전략의 연장선’이자 ‘리스크 관리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때 기업 홍보나 기부 중심이던 CSR이 기업 생존의 언어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이미지=AI생성]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이제 CSR 을 ‘사업전략의 연장선’이자 ‘리스크 관리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때 기업 홍보나 기부 중심이던 CSR이 기업 생존의 언어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이미지=AI생성]

 [이창희 편집위원] 2025년의 기업 사회공헌(CSR)은 더 이상 ‘착한 일’이 아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이제 CSR 을 ‘사업전략의 연장선’이자 ‘리스크 관리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때 기업 홍보나 기부 중심이던 CSR이 기업 생존의 언어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ACCP(Association of Corporate Citizenship Professionals)가 발표한 ‘2025 CSR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절반 이상이 "CSR이 기업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CSR이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고객 신뢰·투자 유치 등 경영성과와 직결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이제 "무엇을 기부했는가"보다 "얼마나 사회문제를 해결했는가"를 묻는다. 재무성과 만이 아닌 사회적 성과(Impact)를 측정하고, 이를 경영지표로 반영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CSR이 곧 ‘경영 언어’로 재정의되는 시점이다. 2025년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 기반 CSR’이다.

 AI와 데이터 분석이 사회공헌에도 적극 도입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통해 봉사 참여율을 분석하거나, 블록체인으로 기부금 흐름을 추적한다.

 CSR 보고서 작성에도 자동화가 도입되면서, ‘투명성’과 ‘신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사기관 BRI(Business Research Insights)는 CSR 활동 시장 규모가 올해 1조 720억 달러(약 1400조 원)에 이르며, 2035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한 자선이 아닌, 데이터화된 사회공헌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기업들의 CSR 초점은 점차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 탄소 감축, 재생에너지 전환, 자원 순환, 생물다양성 보전이 핵심 키워드다. 이는 단순히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기업 책임이라는 거대한 명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는 기업이 환경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CSR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준법’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비판하는 사회적 시선이 강화되면서, 보여주기식 활동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CSR의 화두였던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는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ACCP 조사에서 DEI를 CSR 핵심 목표로 삼는 기업 비율이 2023년 51%에서 올해 12%로 감소했다. 이는 포용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의미라기보다, DEI가 이제 ‘별도 시스템’으로 내재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CSR은 개인·직원 중심의 캠페인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의 책임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CSR의 주제 또한 개인 참여형 봉사활동보다 ‘공급망 책임’, ‘지역사회 회복력’(Resilience), ‘글로벌 가치사슬 공정성’ 같은 구조적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누가 돕는가’보다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다. 한국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과거 대기업의 기부 중심 활동이 ‘사회문제 해결형 CSR’로 이동 하고 있다.

 청년 고용, 농촌소멸, 노인 빈곤, 탄소저감 등 구체적 사회문제를 정조준하는 프로젝트형 CSR 이 늘고 있으며, 공공기관과 지방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2025년 포브스 코리아 CSR 어워즈에서는 AI 기반 ESG 솔루션 기업이 대상을 수상했다. 이는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하는 ‘테크 CSR’의 부상을 상징한다.

 또한 올해 서울에서 열린 CSR·ESG·PR 통합 워크숍에서는 ‘CSR을 경영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두라’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CSR은 더 이상 홍보나 이미지 관리의 부속물이 아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정당성을 동시에 묻는 영역이 된 것이다.

 2025년의 CSR은 ‘보여주는 선행’에서 ‘측정 가능한 영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시대, CSR 담당자의 역할은 단순한 사회 공헌 기획자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 전략가(Social Strategist)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의 책임은 더 이상 ‘이윤의 일부를 환원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라는 게 올해 CSR이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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