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빈번히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ESG 전략과 연계해야 대응해야한다고 촉구한다.
기후 변화로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빈번히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ESG 전략과 연계해야 대응해야한다고 촉구한다.

  [이창희 편집위원] 2025년 여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휩쓴 산불은 30년 만에 최악이었다.

 두 나라에서만 64만 헥타르, 유럽 전역에서는 100만 헥타르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탔다. 이는 EU가 2006년 산불 기록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과학자들은 이번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장기 가뭄이 맞물린 결과라 경고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탄소 감축, 산림 복원, 기후적응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30년 만의 최악 산불…스페인·포르투갈 전역 초토화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과학자 그룹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의 연구에 따르면 코페르니쿠스 유럽 산불 정보 시스템(EFFIS)을 분석한 결과, 스페인에서만 올해 38만 헥타르가 불탔다. 이는 지난 20년 평균의 4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투갈도 26만 헥타르가 소실돼 연평균의 5배를 기록했다. 두 나라의 피해 면적만 이베리아 반도 전체의 1%에 달한다.

 특히 갈리시아, 아스투리아스, 카스티야이 레온 등 북서부 산림 지대가 직격탄을 맞았으며, 보호구역 395곳의 멸종 위기종 서식지가 파괴됐다.

 BBC와 프랑스24에 따르면 최소 8명이 사망했고, 스페인에서만 3만6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EU 시민보호메커니즘은 17차례나 발동돼 헬기·소방인력 지원이 이뤄졌으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소방 역량의 한계가 더 빈번히 드러날 것이라 경고한다.

 WWA 연구진은 이번 화재 기간의 극한 기후 조건을 분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3℃ 상승 한 현재 기후에서는 15년에 한 번꼴로 이번과 같은 조건이 재현될 수 있으나,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500년에 한 번도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폭염 강도 역시 3℃ 이상 높아져 산불의 ‘연료’를 제공했다. EU 환경청(EEA)은 “지중해 연안의 인구 감소와 전통 방목 축소로 산림 관리가 부실해지면서 고밀도 가연성 연료가 쌓였다”며 “기후변화·토지이용 변화·인구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산불 리스크를 키운다”고 분석했다.

 ▶ ESG 대응: EU·기업·금융권의 과제

 이번 재난은 ESG 차원에서 기후 리스크 관리의 시급성을 부각시켰다.

 EU 집행위는 2025년 8 월 긴급회의를 열고 ▲산불 위험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탄소흡수원 복원 예산 20억 유로 추가 배정 ▲회원국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권도 움직이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은 2026년까지 산림 복원·방재 인프라에 50억 유로를 ESG 채권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보험사는 파라메트릭 보험을 도입해 산불 발 생 시 위성 데이터 기반으로 신속 보상하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업 차원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스페인 전력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는 산불 피해 지역에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고, 포르투갈 제지업체 더 내비게이터 컴퍼니(The Navigator Company)는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과 산림 복원 프로젝트를 결합한 ESG 전략을 내놨다.

 EU 기후적응 전략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매년 4천억 유로 규모의 기후적응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투자 수준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WWA는 “지금 같은 온실가스 배출 경로가지속되면 지중해는 매 10년마다 ‘2025년급’ 산불을 경험할 수 있다”며 “산불 대응을 탄소중립·ESG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2025년 이베리아 반도 산불은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기후위기와 ESG 전환 지연이 맞물린 구조적 리스크임을 보여준다.

 기후적응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불·폭염·가뭄이 결합한 복합 재난은 유럽 전역에서 점점 더 자주, 더 치명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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