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오창의 반도체 생산라인, 오송의 바이오 클러스터, 진천과 음성의 이차전지 소재단지까지, 충북의 산업 지형은 친환경 공정과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이미지=생성형AI]
청주·오창의 반도체 생산라인, 오송의 바이오 클러스터, 진천과 음성의 이차전지 소재단지까지, 충북의 산업 지형은 친환경 공정과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이미지=생성형AI]

[이창희 편집위원] 충청북도는 ‘산업 ESG 전환의 실험실’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오창의 반도체 생산라인, 오송의 바이오 클러스터, 진천과 음성의 이차전지 소재단지까지, 충북의 산업 지형은 친환경 공정과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CJ제일제당·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대표 기업과 기관들이 ESG 기반 혁신을 가속하면서 충북은 ‘지속가능한 첨단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RE100 도전과 청주공장의 전환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는 국내 반도체 공장 가운데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생산기지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청주 캠퍼스 전력의 약 35%를 친환경 전력구매계약(PPA) 형태로 전환했으며, 2030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주 1·2공장은 폐열 회수 시스템을 확대해 연간 CO₂ 약 4만 t을 절감했다. 이는 약 17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탄소중립형 클린룸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정별 냉매 사용량은 2023년 대비 2025년 현재 12% 감축됐으며, 하수처리 재이용률은 78%까지 높였다. 반도체 산업의 ESG 리스크로 지적돼 온 ‘물 사용’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한 셈이다.

충북도 역시 SK하이닉스의 RE100 전환에 대응해 2025년 ‘청주·오창 에너지 순환형 산업단지’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27년까지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 오송 바이오클러스터, ESG 인증 확산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올해 들어 ‘ESG 인증’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한국콜마·유한양행·CJ제일제당·GC녹십자 등 오송 입주기업 20여 곳이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사회적 책임경영(ISO 26000) 인증을 잇달아 획득했다.

특히 CJ제일제당 오송 공장은 탄소배출 저감 및 생물유래 포장재 확대 정책으로 폐기물 재활용률 92%를 달성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중소 바이오기업의 ESG 실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25년 기준 국내외 45개 바이오 스타트업이 해당 컨설팅을 통해 ‘ESG 인증 준비’ 단계를 통과했다. 이 프로그램은 ESG 경영이 아직 낯선 중소기업에 ‘공공-민간 협력형 ESG 지원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 글로벌 공급망 규제 대응과 지역기업의 변화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제도(CSDDD)가 본격 시행되면서 충북 기업들도 글로벌 납품망 유지를 위한 ESG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창과 진천에 생산기지를 둔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은 올 상반기까지 전 공급망 실사율 100%를 달성했다.

대표적으로 에코프로비엠·LG화학 오창공장은 ‘탄소배출 데이터 공유 시스템’을 협력업체와 구축해 협력사 430개 중 398곳이 ESG 리스크 등급 평가에 참여했다.

충북테크노파크(충북TP)는 2024~2025년 국비 15억 9천만 원, 도비 7억 5천만 원 등 총 30억 9천만 원 규모의 생산장비 고도화 사업을 추진했다.

반도체 6종, 바이오 6종 등 12종의 장비를 도입해 스타트업의 친환경 공정 시험·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TP는 해당 장비가 연간 약 50개 기업의 ESG 기술검증·공정개선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충북도는 2025년부터 중소기업 ‘ESG 경영 아카데미’를 신설해 진천·음성 지역 3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 공시 교육을 운영 중이다. 이는 지역 차원의 공급망 대응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 공공·민간의 성과 확산

충북개발공사는 2025년 한국 ESG 경영대상 지방공기업 부문 대상을 받으며 공공부문 ESG 모델로 부상했다. 건설폐기물 재활용률을 2022년 54%에서 2025년 72%로 끌어올리고, 지역 기능 인재 300명을 양성해 고용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폐건축물 자재를 재활용한 ‘리뉴 프로젝트’는 자원순환형 지역개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충북도는 올해 사회적 가치와 지역균형발전을 연계한 ‘5단계 지역균형발전사업(총사업비 4,196억 원)’을 확정했다. 이 중 도비 지원 비중이 2,690억 원으로 상향되며 이전보다 자율성과 재정 집행 속도가 개선됐다.

▶ ESG 스타트업 생태계의 확장

충북의 또 다른 특징은 스타트업 기반 ESG 생태계의 성장이다.

오송·오창·청주를 중심으로 그린바이오·친환경 소재 분야 스타트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진한 ‘ESG 임팩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는 올해만 60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15개 기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누적 투자액은 620억 원을 기록했다.

또한 ‘오창 ESG 그린 허브’는 에너지 효율, 재활용 소재, 폐수 저감 기술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계하는 테스트베드로 발전 중이다.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충북 탄소중립 시민네트워크’에는 현재 5800명이 가입해 지역 내 ESG 프로젝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