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편집위원] 2025년 강원도의 ESG 성과는 ‘숫자’보다 ‘모델’에서 빛났다.
에너지 전환의 간극을 메운 양수발전 프로젝트, 주민이 설계한 탄소중립 참여 거버넌스, 접근 가능한 관광정책, 공공기관 중심의 나눔형 ESG가 맞물리며 강원만의 ‘현장형 ESG 생태계’가 본격 가동됐다.
동시에 삼척 석탄화력의 상업 운전이라는 거친 현실은 ‘에너지 전환의 전선’이 이 지역임을 증명했다.
▶ 에너지: ‘저장’으로 전환의 간극 메워
강원도는 올해 에너지 전환의 해법으로 ‘저장 인프라’를 선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4년 만에 신규 양수발전 5개소(영동·홍천·포천·합천·영양)를 동시에 추진하며 강원을 에너지 저장 허브로 끌어올렸다.
영동 양수발전소는 2025년 4월 착공 예정이며, 6월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3,322억 원 규모의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홍천·포천 구간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설계 및 인허가 등 착공 준비가 본격화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단순한 발전시설이 아닌 ‘저장–지역 환류–관광·교육 연계’의 순환형 모델로 설계돼 있다. 지역 기업이 시공·운영에 참여해 일자리와 기술이 함께 순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삼척블루파워(2.1GW)의 1호기(2024)·2호기(2025) 상업 운전은 ‘전환기의 모순’을 상징한다. ‘저장과 재생의 확대’와 ‘석탄의 지속’이 공존하며 강원이 탈탄소 전환의 현실 시험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 생활·안전: 산림 기반 친환경 인프라 확장
2025년 장마철 이전 강원도는 사방댐·계류보전 등 친환경 사방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이 사업은 산사태 예방과 생태계 복원을 동시에 달성하며 산림청 주관 친환경 사방시설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기후 위기 시대, 산악·산림 지형이라는 구조적 특성을 강점으로 전환한 사례로 자연 기반 해법(NbS, Nature-based Solution)을 행정 성과로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탄소중립: ‘도민 참여’로 작동하는 거버넌스
‘탄소중립 도민참여단 3기’는 올해 총 366.63kg의 탄소를 감축했으며, 이는 가로수 43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그러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도민이 ‘기획–실천–제안’ 전 과정을 직접 주도했다는 점이다.
생활 밀착형 감축 활동과 정책 제안이 결합되며 향후 제도화의 기틀이 마련됐다. 강원도는 2040년 탄소중립,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97% 감축 목표를 고시했으며 이는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공격적인 감축 시나리오로 꼽힌다.
▶ 관광: ‘접근가능성(Accessibility)’을 ESG의 언어로
춘천 남이섬은 2025년 스콜 국제지속가능관광 어워즈에서 ‘Accessible Tourism(접근 가능한 관광)’ 부문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이는 관광을 복지·포용의 관점에서 재정의한 성과로, 노약자·장애인·어린이 등 모두가 접근 가능한 관광지라는 ESG 가치를 실현했다.
‘자연 자원 = 관광 수입’의 일차원 논리를 넘어 ‘보편적 접근권의 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 내재형 관광모델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 공공·기업: ‘나눔–지배구조–지역혁신’으로 실력 쌓기
공공 영역에선 강원특별자치도 사회서비스원이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2025년 7월 개최된 ESG 경영위원회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과제를 체계화하고, 보건복지부 경영·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S(최우수) 등급을 받으며 거버넌스와 성과를 동시에 입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도내 공공기관 최초로 ‘2025 강원특별자치도 ESG 나눔선도기업 대상’을 수상했으며, 강원랜드 역시 같은 상을 수상하며 폐광지역 사회공헌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강원지속가능경제지원센터는 ‘ESG 친환경 패키지(포장재) 개발·시제품 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탄소 감축과 순환경제 혁신을 실험 중이다.
공공과 민간이 동시에 ESG를 제도화하면서 강원도는 ‘나눔–거버넌스–순환’의 삼중 ESG 구조를 완성해 가고 있다.
▶ 도시·지역혁신: 생활 인프라와 재생의 지속가능성
올 하반기 강원도는 전국 최초로 ‘사후(포스트) 도시재생 컨설팅 제도’를 도입했다. 완료 지역을 대상으로 성과 유지와 주민 주도 관리체계를 지원함으로써 단발성 사업에서 운영형 지속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인제·태백 등 주요 도시의 생활환경 개선 및 지역 브랜딩 사업이 연계 추진 중이며, 향후 스마트도시 및 생활 SOC 정책과의 융합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