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나라 경제발전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한국기업들의 로고는 독특하면서도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요 기업 상당수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비대칭적 형상이다.
타원형이나 사선형 그리고 기하학적 조형이나 나비 또는 용 비늘 같기도 한 창조적 형태며 상품의 디자인도 자유롭고 과감하다. 한국기업은 이 같은 선제적 접근이나 위치선점(Positioning)으로 세계시장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다.
창조적 개척정신을 강조함으로 유명한 기업도 있다.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기를 주저하면 한번 시도해보았느냐고 묻고 도전정신을 일깨웠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주저할 때 문제의 핵심을 긍정적 시각에서 꿰뚫어 보고 과감히 앞서갔다.
중공업과 조선 그리고 반도체에 도전해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고 국가경제를 견인했다. 한국 남해에서 인도양을 건너 아라비아 바다까지 대형 철제구조물을 배로 운반해 사우디아라비아 항구의 부두 건설을 했다.
그리고 서해안 아산만에는 대형 유조선을 침몰시켜 빠른 물살을 잡고 방조제를 만들어 간척공사에 성공했다. 전대미문의 창조적 공법이었다.
한국기업의 창조력에는 민족의 원형질과 전통이 들어있을 것이다.
우리의 자유로운 예술혼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상대적으로 일본의 기업 로고는 틀과 격식에 맞춰진 규범적 대칭형이 주류다. 마치 중세 일본장수들의 투구나 가문 문장처럼 정형화된 형태다.
한국의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다양한 디자인과 모델은 한민족의 진취성과 도전정신을 보여 준다. 기업인들이 품고 있는 기마 유목민족의 DNA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직된 사고방식에서는 밀폐된 공간에 갇힌 것처럼 새로운 생각이 나오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가 전체주의보다 우수한 인재와 상품 그리고 사회환경을 만드는 것도 개인의 자유로부터 나오는 창조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예술에는 자연을 사랑하고 자유로움을 선호하며 틀에 박힌 것을 좋아하지 않는 파천황(破天荒)이라는 표현처럼 파격적인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궁중제례악과 다른 일반 서민들의 춤과 음악은 농악이나 강강술래와 같이 흥겨운 가락과 흐름이며 마당놀이 같이 어울리며 신바람나는 자연스러움이다.
예술은 강요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나오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이같은 문화예술이 기업상품에 적용되면서 또 다른 창조적 제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