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인간의 삶에서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내면의 성찰과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다.[나눔경제뉴스DB]
독서는 인간의 삶에서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내면의 성찰과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다.[나눔경제뉴스DB]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독서라는 행위는 인간의 삶에서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내면의 성찰과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책과는 다소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 친구들과 뛰어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즐거웠고, 학교가 끝나면 곧장 동네 골목으로 달려가 해가 질 때까지 놀았습니다.

그 시절의 저에게 책은 그저 책상 위에 놓인 교과서, 숙제를 위해 펼치는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집에는 교과서를 제외하고 읽을 만한 책이 열 권도 채 되지 않았으며, 바깥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당시에는 책을 읽는 것이 공부의 연장이었고, 재미없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숨바꼭질을 하며 웃던 기억이 훨씬 더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릴 적 책이란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필독서’나 방학 숙제로 주어진 ‘독후감’의 대상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감상을 적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독서는 제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교과서를 제외한 책은 거의 읽지 않았고, 책은 저에게 그저 시험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학업에 쫓기고 입시에 몰두하는 시기였기에 책을 읽는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여유도,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시각을 넓힐 기회도 부족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독서가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없었습니다. 책은 공부를 위한 수단, 점수를 올리기 위한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의 저에게 책이 조금 더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었다면 제 사고와 감정의 폭은 훨씬 더 넓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저는 처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활은 저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었고, 일반적인 상식이나 인문학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깊은 사고와 통찰이 필요한 학업에서 저는 자주 막다른 길에 부딪혔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소설을 중심으로 읽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 이런 가벼운 책들은 독서의 문턱을 낮춰주었습니다.

저는 책을 항상 들고 다니며 이동 시간에도 틈틈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읽던 책들은 제 삶에 조금씩 스며들었고, 저는 점점 더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독서 습관은 한 번에 자리 잡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못하던 제가 점차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독서가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독서를 통해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시리즈 소설들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습니다. 역사적 인물들의 삶과 선택, 그들이 겪는 고난과 성장의 이야기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며, 저는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3학년이 되면서 저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인문학 책들은 소설과는 달리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습니다. 한 페이지, 한 문장을 읽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새로운 독서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문학 책을 읽으며 저는 본문의 내용에 대한 저의 생각과 의견을 책의 여백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여백이 부족할 때는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생각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다 보니 한 권을 읽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저에게 깊은 사색과 통찰을 가져다주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단순히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가 아니라, 제 삶을 돌아보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저는 고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고전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의 지식과 지혜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현대 사회와 비교했을 때 과학기술은 뒤처졌을지 모르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그들의 통찰력과 학문적 깊이가 놀라웠습니다. 기원전의 시대에도 학술적 개념과 사고는 고차원적이었고,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제시했습니다.

고전 속의 지혜는 때로는 현대 사회보다 더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양한 고전들은 인간의 본질과 사회, 윤리와 도덕, 정치와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고전을 읽으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삶의 방향을 찾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월간지 기자로 입사한 후 저는 ‘북리뷰’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100권이 넘는 책을 훑어보며 자연스럽게 책과 출판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월간지의 한 꼭지를 따로 부록 책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약 64페이지 분량의 부록 책은 전문가의 시선으로 쓴 북리뷰, 저자 인터뷰, 특별기획, 신간 소개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저에게 책과 글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제공했고,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정리하고, 글로 남기는 과정은 제 사고와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책과 함께 약 20년을 보내왔습니다.

요즘 사회는 참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경제가 둔화되면서 출판 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폐업하는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1인 출판으로 전락하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한 출판협회에서 진행하는 문화상을 수년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심사를 위해 보내지는 책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첫해에 제가 받은 책은 약 200권이었지만, 지금은 100권도 되지 않습니다.

출판 시장의 침체는 책의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깊은 사고와 통찰을 요구하는 책은 줄어들고, 실용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출판계의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 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은 책의 역할을 점점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짧은 영상이나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책을 읽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도 판매가 잘 되는 실용서나 자기계발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삶이 힘들고 여유가 없는 것도 이유겠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와 영상이 글을 읽는 사람들을 점점 더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글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문화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깊이가 점점 얕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책 읽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스마트폰 대신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책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며,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책 한 권이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